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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수업

체육대회 준비 할 때 생각해봐야 할 것들

by 헹 202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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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시 라인이 없을 땐 압박붕대로! 탄성이 좋아서 피니시 라인보다 오히려 더 안전해보임
피피티로 종목 별 배치도 만들기. 내가 구상하기도 편하고, 애들도 보기 편하라고


1. 팀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학생 인원수와 실제적으로 참여할 학생 인원수를 고려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 팀으로 나누는 것이 더 체육대회를 재미있게 만들고 참여하는 학생도 많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이들이 참여하기를 꺼려해서 출전 선수 명단을 작성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아이들 성향이 많이 무기력하고 운동을 싫어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계주, 미션이어달리기 등에 참가하려는 아이들이 보통 반에 1~2명 정도라 생각하고 팀을 꾸리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최대 4개 팀까지가 적당한 것 같다. 보통 계주 배턴이 4개 묶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2. 경기 종목 : 계주, 8자 줄넘기, 놋다리밟기, 축구, 피구, 줄다리기, 미션이어달리기 등
- 놋다리밟기 : 올라가는 아이, 옆에서 잡아주는 아이 2명 제외하고 나머지는 엎드린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아이들이 간격을 두고 서도 되는지, 아예 무릎을 땅에 붙여도 되는지 많이 물어보는데 미리 정하고 공지하면 된다.
- 계주 : 체육대회의 꽃.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4명 정도 뛰는 것이 적당하다. 학교에 있는 배턴이 거의 4개 짜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아이들이 같이 뛰면 다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학교 같은 경우는 6개팀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예선전을 치렀다.
- 8자 줄넘기 : 노래 한 곡(3분) 혹은 2분 동안 줄넘기를 넘은 횟수를 세서 승부를 결정한다. 걸렸을 때는 카운트하지 않고 이어서 진행한다.
- 축구
- 피구
- 줄다리기 : 3판 2선승으로 진행하며 1판 진행한 후 자리를 바꾼다. 1:1 스코어일 때는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한다.
- 미션이어달리기 : 미션을 재미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고 귀찮지 않게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올해는 반바퀴씩 뛰면서 한 명이 2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총 4개의 미션을 고정해두었다. 미션은 1. 사다리 밑으로 지나가기, 2. 담임 또는 부담임 선생님과 2인 3각하기, 3. 마대자루 입고 뛰기, 4. 코끼리코 10바퀴였다. 이 중에서 코끼리코 10바퀴는 준비물이 없어도 되니 가장 편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사다리 밑으로 지나가기. 처음에 사다리만 고정시켜놓으면 된다. 하지만 2인 3각이나 마대자루는 아이들이 뛰면서 준비물이 함께 이동되므로 다음 주자가 오기 전에 되돌려놓는 일이 생각보다 불편하다. 그리고 담임, 부담임 선생님이 그 자리에 안 계실 수도 있으므로 (뛰는 선생님들만 계속 뛰게 되는) 미리 협조가 필요하다.

3. 도우미 : 주로 체육부장들이 하게 되며 체육대회에서 쓰이는 물품을 준비하고, 참가하는 학생들 줄을 세우고, 종목마다 달라지는 대형에 따라 꼬깔을 놓는 등 당일 날 정말 많이 고생을 한다(봉사 시간을 받는다). 지금까지 한 4번 정도 체육대회를 운영해보면서 느낀 것은 도우미 학생은 여럿 있는 것보다 10명 이하로 딱 똘똘한 정예 멤버로 구성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인문계에서는 학생들이 기획까지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다. 아무튼 당일 날 정신이 없다보니 이 도우미 학생들이 정말 중요하다.

4. 준비물
- 팀 조끼 : 팀별로 반티를 맞추는 경우 팀조끼가 필요 없어진다.
- 꼬깔 : 아주 큰 꼬깔 4개와 작은 꼬깔들. 트랙 만들 때 그냥 작은 꼬깔보다는 접시콘이 들고 이동할 때나 설치할 때나 훨씬 편하다.
- 징 : 줄다리기 시작과 종료를 알릴 때 필요하다. 요즘은 화약 스타트건이 안전상의 문제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음악 선생님의 협조가 필요하다.
- 공 : 축구든, 피구든 공 종류는 무조건 2개 이상 준비해야 한다. 공이 날라가버릴 수 있으므로. 하나 준비했는데 날아갔을 때 그 당황스러움이란? 그리고 공기 압력 확인 필수다.
- 줄넘기 줄
- 줄다리기 줄
- 장갑 : 줄다리기 할 때 목장갑 필수
- 미션이어달리기 준비물 : 재미있게 해보겠다고 너무 많은 걸 기획했을 때(과자 걸린 것 먹기를 한다고 치면 과자를 걸 걸이대와 실과 과자가 필요하며, 과자를 실에 묶어야 한다) 준비물 챙기느라 너무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체육대회 준비할 때 정신이 없기 때문에 좀 간단히 할 필요가 있다.
- 계주나 미션이어달리기 피니시 라인으로 압박 붕대를 사용해도 된다. (우리 부장님이 주신 꿀팁)

5. 학년부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
- 반티 : 체육대회 공지가 나가면 애들은 반티에 대해서 정말 많이 물어본다.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돈을 걷어서 반티를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생각해봐야 한다.
- 핸드폰 수거 : '아이들 사진 찍고 추억을 남겨야하지 않겠냐' vs. '핸드폰 있으면 도망간다, 체육대회 참여 안 한다' 파로 갈리는 것 같다.
- 집합장소 : 교실 vs. 운동장. 교실에서 조례 후 운동장 집합이 더 보편적인 것 같다.
- 물, 아이스크림 : 이 부분도 통일이 필요하다.

6. 있으면 좋은 것
- 당일 날 볼 수 있는 일정표, 자리 배치표, 배점표를 요약한 종이 : 이게 진짜 필수인 것 같다. 특히나 체육대회 연습이 부족한 경우 이 종이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7. 중요한 선생님들
업무분장울 메신저로 날리긴 하나 당일날 자리에 안 나오는 분들도 있고 그냥 안 읽은 분들도 있고 도와주고 싶은데 파악이 잘 못된 분들도 있고 그렇다. 나도 내가 체육교사니 그 계획서 쓰고 읽고 하지, 다른 교과였으면 읽었을까 싶다. 그 와중에도 두 손 걷고 나서서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은 진짜 기억에 남고 너무 감사하다. 나도 다른 과 행사할 때 그래야지.. 아무튼 특히 중요한 선생님들이 있다. 주로 친한 분들께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 같다.
  - 배점표, 상장, 시상품 준비해주실 선생님 : 제일 제일 중요한 분들. 경기 끝날 때마다 득점 점수 정리해주시고 마지막에 상장하고 시상품 챙겨주실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 꼼꼼하고 야무진 선생님들이 해주시면 진짜 속 편하고 든든하다.
  - 피니시라인에서 동영상 촬영해주실 선생님 : 피구나 축구는 동영상 촬영까지는 필요없지만 계주나 놋다리밟기는 승자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피니시라인에서 영상 찍어주실 선생님이 필요하다. 바로 옆에서 안 찍어도 되고, 오히려 구령대 위에서 찍으셔도 잘 나온다.
  - 8자 줄넘기 카운트 해주실 선생님 & 기록 취합해주실 선생님

7. 후회되는 것
- 종목 별로 인원수가 너무 달랐던 것. 물론 종목에 따라 인원수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계주나 미션이어달리기 같은 경우는 같은 인원으로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게 좀 후회된다. '선생님 이거는 애들 몇 명 나와야 돼요?' 할 때 바로 바로 대답을 못 하고 종이를 뒤적이는 있는 나를 느꼈을 때 특히 그랬다. 진행하고 운영하는 내가 파악이 잘 되게끔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놋다리밟기 하려고 애들 세우는데 라인 뒤로 세운 것. 진짜 정신이 얼마나 없었는지 놋다리밟기 순서에 애들을 라인 뒤로 세웠다. 다 엎드리고 위로 걸어갈 학생 1명, 잡아줄 학생 2명만 라인 뒤로 섰어야 했는데.. 너무 민망했다.





신규 때 체육대회 하기 싫어서(망칠까봐 무서워서) 자다가도 이불차고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전히 어렵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사다보니 그 사이에 까먹더라.. 사실 작년에는 코로나라 체육대회가 취소되어서 2년 만이긴 하다. 어쨌든 이렇게 기록해두면 내년에는 그나마 조금 더 나은 체육대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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