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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스포츠심리학

<운동을 하는 것은 뇌를 쓰는 것이다>, 전채연, 브레인미디어

by 헹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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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 불황으로 자가용 출퇴근을 포기하고 버스(Bus)나 자전거(Bicycle),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출퇴근하는 소위 BMW족이 늘고 있다. 이는 교통비를 절약하겠다는 일차적인 목적도 있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더 많이 움직이는 삶을 살겠다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에 근육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뇌에 신경세포가 새로 생기고 의식이 바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동을 하는 것은 뇌를 쓰는 것이다

사실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긴다는 사실을 과학계에서 받아들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뇌의 신경세포 손실은 영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첨단 뇌 촬영 장치와 생화학에 관한 수준 높은 이해에 힘입어 연구자들은 운동이 뇌에 미치는 효과가 과거에 생각했던 수준보다 훨씬 심오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동물 실험 결과, 뇌의 특정 부위 신경세포가 운동을 통해 쉽게 생성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생명공학으로 유명한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와 스콧 스몰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3개월간 운동을 한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겼으며 특히 심혈관계가 가장 좋아진 사람이 신경세포도 가장 많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규칙적인 운동이 뇌의 구조를 바꾼다

최근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뇌의 크기와 구조도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 교실 유임주 교수팀이 20대 초반의 대학 농구선수 19명과 일반 대학생 20명을 자기공명영상(MRI) 뇌 촬영을 통해 3차원 비교 분석한 결과, 눈과 손의 협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뇌벌레의 소엽(V2) 부분이 농구선수가 일반인에 비해 약 14% 정도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에 참가한 농구선수들은 평균 8년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일반 대학생들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 실험 결과에서 두 그룹은 뇌는 물론 소뇌의 전체 크기에서는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유독 소뇌벌레의 소엽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는 농구공을 만지고 두드리고 드리블하는 운동, 즉 손과 시각 정보의 협력 기능이 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농구와 같이 손을 비롯한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뇌의 구조적인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유임주 교수는 “교통사고나 치매로 인해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손상된 뇌 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치료 성과와 회복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동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만큼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 신경과학 운동생리학 실험실의 찰스 힐먼 교수는 일리노이 주의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생 2백59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을 측정하고 기초 운동을 시킨 다음 아이들의 운동 능력과 수학, 읽기 능력을 비교해봤다. 결과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지능 수준도 높다는 것.

그렇다면 운동을 할 때 직접적으로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이 신체 다른 부위뿐 아니라 뇌에도 많은 혈액을 공급한다. 혈액량이 많아지면 산소량도 많아져서 뇌세포에 영양 공급이 잘 된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에서 생기는 신경 성장 유발 물질인 BDNF 수치가 높아진다. 캘리포니아 대학 신경과학자 페르난도 고메즈 피니야는 “BDNF가 많은 뇌일수록 더 많은 지식을 수용할 능력이 있는 반면 BDNF가 낮은 뇌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스스로 차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BDNF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뇌가 새로운 사실을 저장하고 그 기억을 되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운동을 하면 전두엽이 커진다


과학자들은 운동을 할 때 새로운 신경세포가 정확하게 뇌의 어느 부위에서 자라는지도 주목했다. 스몰과 게이지의 실험에서는 운동을 통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 부위가 한곳에 집중됐다. 바로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치상회였다.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자 아서 크레이머는 첨단 뇌 촬영 기술에 힘입어 운동이 전두엽의 크기를 키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전두엽은 알다시피 의사결정, 여러 가지 일의 동시 진행, 기획 등과 관련된 고차원적인 기능을 하는 영역. 그는 60~7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수십 차례의 연구에서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이 뇌의 고차원적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운동을 하고 난 후 심리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질문에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답했다. 크레이머는 “BDNF는 단순히 노화 과정을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역전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운동을 통해 해마, 전두엽, 소뇌 부위의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외의 두뇌 영역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을까?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보고는 아직 없지만 부수적인 효과는 있다. 콜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의 신경학자 스콧 스몰은 “운동을 하면 뇌의 혈류량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뇌 신경세포가 어느 부위에서 생기든 모세혈관이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신경과학자 크리스틴 야피 역시 “운동을 하면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 인지 능력에 손상을 입히는 소규모의 뇌졸중이 적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성인은 뇌에 염증도 덜 생기고 신경전달물질의 수준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 연구진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뇌 구조가 점점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운동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뇌의 영양소라고 할 수 있는 혈당이 충분히 섭취되지 않아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 부분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 따라서 뇌 기능을 활발하게 유지하려면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자 윌리엄 그리노는 “새로운 신경세포와 그 세포 간의 연결 부위는 수년간 지속되지만 한 달 동안만 운동하지 않으면 별아교세포(신경세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이 세포에서 세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면 이를 청소하는 세포)가 다시 위축돼서 신경세포가 더 이상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흥미로운 것은 태초에 원시 뇌에서 ‘의식’이 출현한 이유가 바로 운동 때문이라는 것. 박문호 박사는 《뇌, 생각의 출현》에서 “원시 뇌가 먹이를 찾아다니기 위해 운동을 계속한 결과 의식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단세포동물에서 다세포동물, 척추동물로 진화하면서 뇌는 운동의 방향과 정도를 결정하기 위해 감각기능뿐 아니라 판단하고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의식의 기능까지 획득해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뇌 기능의 발달은 환경에 적응하려고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멍게는 유충일 때는 바다를 헤엄쳐 다니다가 바위에 붙어 자라면서 성충이 되는데, 바위에 붙어서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면 척색과 척수를 삼켜 소화시켜버린다. 움직일 필요가 없는 동물에게는 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분자생물학자이자 신경공학자인 존 메디나는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고 했다. 그는 평생 운동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뇌가 좋아지기 위해서 조금씩 오래 운동하기를 권했다.

콜롬비아 대학 프랭크 부스 박사는 “인간은 원래부터 활발한 신체적 활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는 몸을 더 많이 움직일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런 습관이 지속되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 현실에 적응해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뇌를 단련하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한 시대다.

 

 

<운동을 하는 것은 뇌를 쓰는 것이다>, 전채연, 브레인미디어, https://www.brainmedia.co.kr/BrainScience/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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