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학 첫 오프라인 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무거동 파리파게트 앞에서 만나 다소 어색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나눈 뒤 궁거랑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각자 챙겨온 장갑을 착용하고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이 줍깅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내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난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데 내가 이 쓰레기를 왜 주워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연기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품, 플라스틱이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사전 학습 동영상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은 들었다. 아무튼 ! 하지만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자 홀린 듯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담배 꽁초가 정말 많았다. 깨진 유리 조각, 화분 조각, 영수증, 비닐 등등.. 1시간 좀 안되는 시간동안 주웠던 것 같다.
궁거랑의 한 정자에 앉아 각자 주운 쓰레기를 다시 분리했다. 유리는 유리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일반쓰레기는 일반쓰레기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안 좋은 냄새가 올라왔지만 다들 꺼리지 않고 분리했다. 진행자님이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을 플라스틱에 분류하시기에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집에 가셔서 씻어서 플라스틱으로 버릴 거라고 하셨다. 아.... 순간 생각이 멈췄던 것 같다. '쓰레기 버린 사람이 치워야지' 라고 생각하는 나와 본인이 버린 것도 아닌데 닦아서 분리수거하는 도반님의 마음 그릇의 차이가 확 느껴졌다.
활동을 다 마무리하고 헤어지기 전에 찍은 사진. 날씨도 좋고 하늘도 참 예쁘다.
쓰레기 분리를 마치고 나서는 둘러앉아 준비해온 간식과 환경&인생 부루마블을 했다. (간식 준비할 때 고기는 제외하는 규칙이 있었다. 불교에서 고기를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고기를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곡물이 소비되고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직 모르는 게 많다.) 부루마블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질문도 있었지만,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 많았다(내가 유독 많이 걸린 것 같기도...). 화장실에서 휴지를 쓸 때 몇 칸을 쓰는지ㅡ거의 모두 정하지 않고 쓴다고 했는데 한 분이 어렸을 때부터 정해놓고 쓴다고 하셔서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게 들었다)ㅡ,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얼마나 나오는지, 재활용은 잘 하고 있는지ㅡ플라스틱 버릴 때 라벨을 떼고 버리는지ㅡ, 일회용품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는지ㅡ학교에서 바쁠 때마다 일회용컵을 쓰고 있는 나를 반성ㅡ 등등 생각보다 환경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업이나 국가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미비하다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노력해야할 때라던지...
2시간 정도의 활동과 만남이었지만 이번주 생활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무심코 사용하고 있었나, 길가에 쓰레기는 왜 이렇게 많은가, 여러모로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한 주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텀블러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일회용품 사용할 때 그 전보다는 마구잡이로 사용하지 않고, 그냥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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