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서문이다. 기술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1945년 남한과 북한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은 정확히 똑같았으나 오늘날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과 앞으로 가지게 될 기술 또한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다. 인간은 동물이다. 단순하지만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제일 새로웠다. 다른 호모(인간)를 해치우고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며 지나온 역사만큼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고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새겨져있었던 것 같다.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연한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연한 협력이 가능한 이유는 사피엔스가 '가상의 실재'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밀을 경작한 것일까? 밀이 인간을 길들인 것은 아닐까?
초기 농경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었다. 더 많이 먹고 편안해지기 위해 농업을 시작했으나 전염병이 생기고 가뭄에 취약해지고 잉여 생산물은 도둑과 침탈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미 인구는 증가했다.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되게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인데 며칠이 지났다고 그새 내용이 흐릿하다.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할까? 라는 질문에 일신론도 이신론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게 중점이었던 것 같다.
가난은 두 종류이다. 생물학적 가난과 사회적 가난이다. 생물학적 가난은 많이 해결되었으나 사회적 가난은 결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사피엔스도 결국 하나의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라디오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쥐를 가지고 한 실험인데 다정한 쥐(일부일처제)의 유전자를 바람피는 쥐의 몸 속에 넣었더니 다정한 쥐가 되었더라는... 그랬더니 그 라디오 게스트들이 인간한테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우리 남편한테 맞춰야겠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왠지 '유전자 조작'은 하면 안 될 것 같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 같은데 막상 똑똑한 유전자, 운동을 잘 하는 유전자, 좀 더 행복해지는 유전자, 다정한 유전자를 생각하면 솔깃하다. 농업 혁명이 불어온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유전자 혁명이 불어올 부작용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예측은 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근데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이미 그 방향으로 큰 흐름을 타고 가는 것만 같다.
***
독서모임에서 <호모 데우스>를 읽기 위해 전작인 <사피엔스>를 읽게 됐다. 워낙 유명한 책이었지만 엄청난 두께에 쉽게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독서모임 선생님들이 두께에 비해서 정말 술술 잘 읽히고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물론 길긴 길었다. 읽으면서 '어 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지?', '내가 어떤 부분을 읽고 있는 거지?' 큰 가닥이 안 잡혀서 방황하기도 했다. 아무튼 읽고 나니 새로운 생각을 접했다는 게 좋았다. 내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참 재미있고 귀한 경험이니.
이 책의 주제는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이다. <10만 년 전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으나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하나뿐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는 '가상의 실재'를 믿고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짐으로써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걸 인지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볼 수 있는 농업혁명과 인류의 통합 시대를 거쳐 과학혁명이 시작되었다. 이제 사피엔스는 불멸과 영생을 꿈꾼다.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정말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이 오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며 책이 끝난다.
책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인간은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우리는 머지 않아 욕망 자체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것처럼 자판기에서 음료수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욕망을 선택하게 되는 걸까... 내가 죽기 전에 그런 세상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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