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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2021-33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by 헹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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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 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 『죽은 자의 집 청소』. ‘특수’ 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 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특수 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 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 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출처 : 네이버)


<죽은 자의 집 청소>라, 왠지 '죽음'이라고 하면 눈길이 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죽음은 필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생각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하는 이 특수 청소부의 에세이가 궁금했다. 죽음을 가까이 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죽음을 두려워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내 시선이 오랫동안 가난에 물들어 무엇을 봐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일까? 어떤 날은 죽은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마저 가난에 등이 휜 것처럼 보인다. p41

 

사실 책 초반부에서 '아.. 좀 읽기 불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유나 비유가 너무 많아서 이해가 빨리 되지 않고 표현 때문에 오히려 내용이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문단을 읽고 어떻게 이런 표현이.. 하면서 정말 감탄했다.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와 가난에 등이 휜 누군가가 겹쳐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일본은 '고독사'라는 말 대신 '고립사'라는 말을 공식 용어로 쓴다고 한다. 고독이라는 감정보다는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초점을 두어 개인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데에 사회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행보가 죽은 이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표현을 바꾸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읽으면서 고독사나 고립사나 쓸쓸하긴 매한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독한 죽음'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책임이 눈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인식의 틀이 변한다.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다른 이의 고독한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반면 외딴 시골집은 일단 사람의 손길이 끊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벽이 바스러져 옆구리가 터져 나오고, 처마 한쪽이 슬며시 기울며 내려앉는다. 튼튼하게 지어 올린 도시의 아파트라도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비운 채 반년이 지나면 그사이를 못 견디고 전등이나 수도장치가 속속 고장 나버리는 것은 왜일까? p163

 

가끔 집을 오랫동안 비웠다가 들어가면 내 집인데도 이상하게 어색하다. 현관문을 열 때부터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고(그게 설사 한 여름이라 하더라도), 미묘하게 답답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하루를 보내면 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집을 이루는 것은 전등이나 수도장치지만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네. 그렇다 치고...

 

<가격> 읽는 동안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이야기였다. 마음이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착잡했다. 처음 전화 통화 내용을 읽고 '뭐야 이 사람, 살인자인가?' 라고 의심했는데, 알고 보니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처리를 해줄 만한 사람을 찾는 거였다. 아직 죽은 사람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라는 이상한 답변이 나왔던 것이었다. 아...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자살할 생각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내가 자살한 뒤에 집을 청소해주는 데 드는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볼 생각을 할까? 이사 견적 문의하는 것처럼 어떻게,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을까. 헤아릴 수 없어서 읽고 계속 멍했던 것 같다. 나중에 작가도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건넨 질문이 그의 가슴 곳곳을 예리하게 찔러대는 송곳은 아니었는지 자책하고 걱정한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악한 의도도 전혀 없었으므로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한 편으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등을 맞댔을 뿐, 사람의 생명과 죽음은 결국 한 몸통이고 그중 하나를 떼놓고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다. p237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언제가 됐든 죽을 테고 죽기 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 그리고 행복하고 싶다.

 

세라비! (그것이 인생이다)

동전은 이미 던져졌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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