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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인간실격>, <직소> 다자이 오사무

by 헹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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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인간의 나약함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새롭게 읽는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젊은이가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인간 실격자로 전락한 주인공의 내면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기록하였다. 다자이 작품 속의 타락과 자기파괴적 언행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다자이 작품은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윤리관, 도덕관이 패전과 함께 붕괴되면서 기존 사회에 속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새로이 시작하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을 담고 있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함께 실린 작품, 「직소」는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유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는 자리에서 늘어놓는 이야기를 마치 독자가 현장에서 함께 듣고 있는 것처럼 서술한 작품으로, 예수를 흠모하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와 반발심으로 예수를 팔아넘기게 되는 유다의 갈등과 번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p13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것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납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은 개인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는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92




어쩌다보니 2022년 첫 책이 되어버린 <인간실격>. 제목은 너무 많이 들었지만 내용은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우울하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읽을 때랑 느낌이 비슷하다. 남들이 아무리 명작이라도 해도 내 취향이 아닌 건 아니다. 세상은 꽃밭이 아니라는 건 나도 당연히 알지만 그냥 주인공이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즐겁게 지내고, 모든 걸 너무 심각하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의 내내 이런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내 생각이 오만인 것 같기도 하다. 직접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넌 너무 예민해' 취급해버리는.. 이런 태도는 가지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참. 작가의 삶이 많이 투영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주의 운동, 여러 차례의 자살 시도 등) 소설이라 작가의 삶을 먼저 알고, 소설을 읽는 게 더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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