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채사장
영국은 18세기부터 인도를 식민지화한 후에 자국의 면직물을 인도에 판매하고 그 대가로 아편을 받았다. 그리고 받은 아편을 다시 중국에 판매하고 그 대가로 홍차와 막대한 부를 얻었다. 반대로 인도 경제는 영국의 면직물 산업에 종속되면서, 많은 자원과 부를 영국에 빼앗겼다. 면직물로 인해 국가 전체가 영국에 종속된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민족 해방을 이끌었던 간디는 영국산 면직물의 수입을 막기 위해 스스로 옷을 제작해서 입자는 운동을 펼쳤다. 우리가 간디를 생각할 때 물레를 감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레는 영국산 면직물에 대한 거부이자, 궁극적으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다. p72
전쟁과 유행은 자본주의라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라 할 수 있다. p79
히틀러라는 악마가 독일을 전쟁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독일의 민중이 히틀러라는 영웅을 요구한 것이다. 히틀러가 없었다 하더라도 독일인은 전쟁배상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내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역사를 영웅사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영웅사관이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능력을 초월하는 천재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특정 인물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와 반대되는 역사관이 민중사관이다. 민중사관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를 민중으로 본다. 우리가 세계대전을 영웅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람은 히틀러가 된다. 반면 세계대전을 민중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인은 경기침체의 고통을 극복하고자했던 독일 민족의 의지가 된다. 영웅사관과 민중사관은 어느 것은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기보다는, 역사 해석을 다채롭게 해주는 두 가지 시각이라고 하겠다. p91
그러나 국가에 대한 요청은 자본주의만의 특징은 아니다. 신을 요청할 수 없는 모든 지배 권력은 애국을 장려한다.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혹은 지적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신과 국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이들의 존재를 부정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과 국가의 객관적인 의미를 초월해서 사회, 정치적으로 과장되고 포장된 의미가 나에게 강요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p104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인간적 한계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며 살아간다. (…)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매우 독특한 세계임을 아는 것,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p108
어떤 사안이 복잡해 보일 때 그것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안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입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p154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은 우주와 세계의 운행 원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헤겔의 거시적인 대답이다. 헤겔은 인간의 정신과 물질을 비롯한 세계 전체가 변증법이라는 원리를 통해 발전해나간다고 보았다. 변증법은 정, 반, 합의 3단계를 거쳐서 진행되는데, 쉽게 말해 세상에 정상적인 것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에 모순되는 반대되는 것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상적인 것과 반대되는 것은 서로 모순되므로 공존하지 못하고 투쟁하게 된다. 그리고 이 투쟁의 과정을 거쳐 두 가치를 모두 극복한 종합이 새롭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 종합도 결국 정상적인 것이 되고, 필연적으로 모순 관계의 반대되는 것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러한 정, 반, 함의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p161
공산주의 실패의 원인
첫 번째로 인간 본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는 견해가 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추구할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그러한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다수가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라도 소수가 불평등을 추구할 때, 그 사회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두 번째 해석은 조금 더 근본적이다. 그것은 생산수단의 국유화가 일으키는 문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국가’라는 개념이 실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관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구체적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 국가의 이름으로 국가 전체의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는 독재자가 필연적으로 탄생할 뿐이다. p166
따라서 아무리 새로운 것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면 보수에 속한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인물로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각인된 스티브 잡스는 아무리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할지라도 정치적 입장에서는 보수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저항한 게 아니라 현재의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를 최대한 이용하고 활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p204
이와 같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는 느슨한 공통점으로 인해 진보는 전혀 다른 체제들을 동시에 지칭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후기 자본주의는 분명히 시장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다. 반면에 공산주의는 시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다. 이렇게 이질적인 두 체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함께 진보로 지칭된다. 다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진보라 할 때 그것이 지칭하는 것은 후기 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다.
이렇게 후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동시에 진보로 분류된다는 언어적 문제는 한국 근현대의 비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후기 자본주의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산주의자나 빨갱이로 불리기도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자 하는 개인과 집단에게는 정부의 개입을 주장한다는 면에서 실제로 후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 구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는 순수하게 언어적 혼란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것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후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구분이 의도적으로 은폐된 면이 없지 않다. 자신의 재산과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것 같다. p205
일반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하여 보수적 입장을 갖고, 사회당과 공산당은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여 진보적 입장을 견지한다. p218
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어떤 계급의 이해를 우선하는지, 어떤 계급의 이해를 우선으로 하는 경제체제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입장이라고 하겠다. p240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개별적인 사례 하나하나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를 양분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을 때, 당신 앞에 쏟아지는 복잡한 현실 문제들로부터 도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에 맞서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p246
민주주의 - 대의제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형태를 띄고 있다. p254
보수와 진보. 당신이 보수 정당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대리자 한 명을 뽑아준 것이 아니라 경제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 시장의 자유 확대, 세금 인하, 복지 축소, 자본가와 기업의 이익, 국가 경제의 성장, 치열한 경쟁을 선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진보정당에 투표한다면, 그것은 진보 정치인 한 명을 선출한 것이 아니라 후기 자본주의, 정부의 개입 확대, 세금 인상, 복지확대,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 빈부격차 해소, 경쟁 지양 및 협력적 분위기 형성을 선택한 것이다. p256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결정을 하는 주체는 시민이었다. 시민은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서 사회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주체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민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역사의 경험, 정규 교육, 미디어의 노출에 의해서 보수화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p298
개인주의가 극단화되면 이기주의가 되고, 집단주의가 극단화되면 전체주의가 된다. (…) 이기주의와 전체주의 모두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이기주의는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회 안에서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사회는 그 행위를 처벌하거나 그 개인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이기적 행위가 타인에게 표출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주의다. 국가나 사회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개인들을 희생시키려고 마음먹는다면 개인은 도저히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p307
전체주의는 독립적으로 자생하는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는, 사실 경제 위기가 발생시키는 병리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던가? 아무리 평범하고 선한 개인이라 하더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서는 괴물이 될수 있다. (…) 전체주의는 개인을 사회 안의 작은 일부분으로 가치 절하함으로써 개인의 도덕적 부채를 대신 해결해준다. p312
유엔은 190여 개 국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의해서 작동하는 기구가 아니다. 현실은 핵무기를 대량 소유한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의 만장일치제로 움직이는 기구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다섯 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반대 의사를 개진하면 국제적 행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엔은 이념 문제를 다루는 데는 극도로 무능력하다. p317
다수의 노동자가 한 표씩 행사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왜 사회는 보수화되는가? 미디어가 생존하기 위한 구조적 한계. 이것이 주요 원인이다. p333
윤리
의무론은 도덕 법칙이나 의무를 준수하는 행위가 윤리라고 보고, 목적론은 다수의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가 윤리라고 본다. p353
칸트 의무론적 윤리론 정언명법
정언명법이란 절대적이고 보편적이어서 누구나 따라야만 하는 도덕 법칙을 찾아내는 계산 기계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 내가 하려는 특정 행위X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시에 한다고 가정해보는 것이다.p359
의무론적 윤리설을 대표하는 칸트는 정언명법을 통해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발견했고, 이를 준수해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목적론적 윤리설을 대표하는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의 원리로 규정하여, 결과적으로 행복을 창출하는 행위를 윤리적 행위로 보았다. 이러한 공리주의는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와,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는 밀의 질적 공리주의로 구분되었다.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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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말 제목이 찰떡.. 팟캐스트로 가끔 들었던 지대넓얕인데 책으로 읽으니까 더 재밌다. 뭔가 흐지부지했던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서 읽을 맛이 나는 책. 얼른 담편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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