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 알렉스 코브
우울증의 하강나선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기분을 저조하게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조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아주 안정적인 상태다. p13
뇌의 두 부위, 구체적으로 전전두피질과 변연계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단순하게 말해 전전두피질은 생각하는 뇌 부위이고 변연계는 느끼는 부위이다. 우울증은 이 영역들이 작동하는 방식,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p14 걱정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지만 서로 연관된 개념이다.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걱정할 수 있고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불안해 할 수 있다. (…) 한마디로 걱정은 잠재적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고 불안은 잠재적 문제를 느끼는 것이다. p67
재앙적 사고를 피하라. 불안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함으로써, 즉 '재앙적 사고'라고 알려진 과정으로 악화된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곧바로 전화가 오지 않으면 그 친구가 이제 나를 싫어하게 된 거라고 결론 내리는 식이다. 보통 처음에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걱정에서 시작하지만 부정확한 가정을 덧붙이면서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처음 '경보'를 알아차리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경보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줄일 수 있다. 첫째, 더 가능성이 큰, 그리고 더 나은 결과를 떠올린다(친구가 지금 바쁜가봐), 둘째,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든 없든, 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운다 (친구가 사흘 동안 전화를 안 걸면, 그때 가서 내가 또 걸지 뭐', '그 친구가 내가 싫어졌다고 하면 다른 친구랑 어울리면 되지'). 스트레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세우면 전전두 영역에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고 변연계가 차분해지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p74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려면 부정성에 대한 긍정성의 비율이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량의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비율은 3 대 1이다. 친구에게 부정적인 평을 하나 들었다면 긍정적인 평을 세 가지는 들어야 하고, 일을 하다가 한 가지 손실을 보았다면 세 번은 이득을 보아야 한다. p88
우울증 상태는 하루 종일 6시 뉴스만 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머지않아 온 세상이 정치 추문과 기후 재앙, 끔찍한 범죄로만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채널만 바꾸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것을 볼 수 있는데, 절대로 채널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p93
자신이 무엇을 알아차리는지 알아차려라. 우리는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정보의 조각들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편향을 갖고 있는지는 알아차릴 수 있다. 빨간불에 걸려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화가 난다면 이렇게 생각하라. '오호, 흥미로운데? 나는 이번 빨간불은 알아차렸는데 아까 파란불을 통과할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네.' 한마디로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을 연습하라는 말이다.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은 마음챙김의 한 형식이다. 상황이 기대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단지 그 상황을 알아차리기만 하는 것이다. 감정과 인식은 각자 다른 뇌 영역이 매개하기 때문에 알아차림에는 감정이 필요치 않다. 실수를 감지하면 감정적인 편도체가 자동적으로 가동될 수 있지만, 자신의 반응을 인식하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편도체를 다시 진정시킬 수 있다. p94
뇌는 ‘모르는’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왜곡한다. p95
하지만 그저 잘 모르는 상황일 뿐 나쁜 상황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든 좋은 직업이든 가치 있는 무언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거의 대부분 어느 정도 불확실한 시기를 거쳐야만 한다.
포옹으로 편도체의 반응성을 낮춰라.
포옹, 특히 긴 포옹은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을 방출하는데, 이 옥시토신은 편도체의 반응성을 떨어뜨린다(11장). p97
부정 편향을 뒤집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계가 있다. 바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다. 둘 다 항우울제의 주된 타깃이자 전방대상피질, 편도체, 전전두피질 사이의 의사소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방법, 즉 부정 편향을 줄이는 방법은 운동하기, 밤에 숙면 취하기, 마사지 받기처럼 놀랍도록 단순하다. 이 방법들은 5장과 7장, 11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촉진하는 약물의 효과를 검토한 연구가 있다. 한 주 복용 후 전반적인 행복감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두 약물모두 긍정적인 사건에 대한 주의를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주의를 떨어뜨렸다. 이 연구는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항우울제가 우울증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알려준다. 곧 직접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건을 인지하는 쪽으로 뇌를 편향시키는 것이다. p101
습관은 고치기 어려우니까 습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도저히 고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습관도 있다. 습관을 고치는 첫 단계는 그런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며, 두번째 단계는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습관은 정말로 고칠 수 있다. 치료나 약물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이 책에 실린 몇 가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고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p109
습관이 생기고 유지되는 방식, 습관이 바뀌는 방식은 이미 신경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의도적 행위는 전전두피질이 매개하지만, 습관은 뇌 깊은 곳에 자리한 오래된 처리 중추인 선조체가 통제한다. 전전두피질이 오늘날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면, 선조체는 IBM 메인 프레임에 넣던 천공카드 같은 것이다. 나쁜 습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선조체가 전전두피질과 달리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의미에서는 '이성적'이지 않다. 선조체는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달아 나쁜 습관을 실행하고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마냥 행복해한다. 스스로 나쁜습관 때문에 큰 좌절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선조체가 나쁜 습관을 인지하지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잠든 채 걸어 다니며 한 일에 대해 몽유병 환자를 탓할 수 없는 것처럼 자기가 의식하지 못한 습관에 좌절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p110
뇌는 늘 가던 길만 가고 싶어 한다 p114
고대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 "인생의 첫 30년은 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마지막 30년은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을 먹거나 볼 만한 게 없는데도 계속 텔레비전을 본 적이 있는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은 우리가 거기서 전혀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데도 실행하는 것이므로 종종 하강나선을 초래한다. 게다가 언제부터 그런 행동을 시작했는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즐겁지 않고, 의식하지도 못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사실 배측 선조체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배측 선조체에 새겨지는 패턴에 관해 이해해야 할 중요한 점은 일단 생겨난 패턴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한 번 익히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나쁜 습관을 고치기가 몹시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오래된 습관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저 더 강력한 새 습관을 들이면 예전 습관이 약해지는 것뿐이다. 게다가 습관이 일단 배측 선조체에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는 쾌락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 습관이 생기는 이유는 대개 측좌핵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지만, 일단 습관이 생긴 뒤에는 측좌핵이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이기도하다.처음에 중독은 측좌핵의 쾌락적인 충동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측좌핵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중독은 더이상 쾌락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배측 선조체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쾌락이 느껴지든 말든 또 한 잔의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고, 한 개비의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파민의 이러한 변화 때문에 중독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은 중독될 위험을 높인다. 또 하나의 하강나선이다.
배측 선조체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이미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일에만 신경 쓴다. 우리 뇌가 어떤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변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안타깝게도 때로 문제는 나쁜 습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있다. p114
우리의 가장 오래된 습관은 아마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에서 주의를 돌리는 데 사용했던 습관일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 습관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는 여전히 그 습관을 반복한다. p118
우울증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상승선은 시작된 셈이다. 이해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해는 인정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현재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화는 어려워진다. p123
짧은 시험 기간을 정해두고 그때까지만이라도 전념하라. p136
운동 수업에 등록하고 처음 세 번은 반드시 가겠다고 다짐하라. 그루폰Groupon, 리빙소셜LivingSocial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 달 동안 시험적으로 다녀볼 만한 근처의 요가나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할인 요금을 알아보라 헬스장에 등록하고 첫 2주 동안 매주 월, 수, 금은 꼭 가겠다고 자신과 약속하라.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느껴지더라도 헬스장까지 가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 들어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2킬로그램짜리 웨이트를 들어라. 진짜 너무 피곤해서 다른 건 도저히 더 할 수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어쨌든 자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약속한 바를 지켰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이나 들여다보며 빈둥거리자.
운동의 효과
1. BDNF 같은 신경성장인자를 증가시켜서 새로운 뉴런 만들고
2. 세로토닌 수치 올리고
3. 노르에피네프린도 충전시켜주고
4. 도파민 분비시키고
5. 스트레스 호르몬은 떨어뜨리고
6. 전전두피질 혈류량은 증가시키고
7. 더 빨리 잠들고 더 오래 잠들게 함 p142
결정을 내리면 통제감이 생긴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관한 실험에서 나온다. 한 연구에서는 쥐 두 마리를 짝지어 놓고 무작위로 꼬리에 작은 충격을 가했다. 쥐들의 꼬리는 하나의 전선에 연결되어 있어 두 쥐 모두 동일한 충격을 경험했다. 그런데 A 쥐는 충격이 오면 쳇바퀴를 돌려 두 쥐 모두에게 오는 충격을 멈출 수 있었다. B 쥐도 쳇바퀴를 돌릴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B 쥐는 A 쥐가 충격을멈춰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흥미롭게도 두 쥐 모두 동일한 무작위 충격을 동시에 같은기간동안 받았음에도 실험이 끝난 뒤 A쥐는 상당히 잘 지냈지만, B 쥐에게는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던 B 쥐는 전두엽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했고, 뇌간에서 세로토닌이 감소했다. 자신이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만 결정 내리기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에 대해서든 통제력을 갖고 있으면 그 혜택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라도 '운동할 수 있는 쳇바퀴'라는 선택이 주어진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겪지 않았다. p167
좋은 수면 위생은 좋은 치과 위생과 같다
수면 위생은 잠자기 전에 하는 행동과 환경 또는 잠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행동과 환경을 포괄하는 것으로 잠잘 시간에 하는 습관적 반복 행동 또는 그런 반복 행동이 전혀 없는 것, 침실의 소음 수준이나 조명 수준,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 하루 종일 받은 빛의 양과 운동량이 포함된다. p176
처음 잠이 들 때 뇌는 아주 가벼운 선잠인 1단계 수면에 들어가고 1단계 수면이 5~10분 지속되면 뇌는 좀 더 깊은 2단계 수면으로 들어간다. 이후 1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더 깊은 3단계, 4단계 수면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뇌 전기 활동 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서파수면slow-wave sleep이라고 함. 서파수면이 지나면 뇌가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렘수면에 접어든다.이 모든 단계가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약 90분니 소요된다. 흥미로운 점은 1단계에서 깨어나면 다른 단계에서 깼을 때보다 훨씬 푹 자고 난 느낌이 든다는 것. p178
아쉽게도 뇌의 시계를 알람처럼 맞출 수는 없다. 우리의 뇌는 개와 같아서 훈련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p181
뇌를 푹 잠재우는 7가지 요령 p190
1. 내리 8시간을 잔다.
(…) 중요한 점은 한 번에 연달아 자야 한다는 것이다(8시간 자는 것과 7시간 자고 낮잠을 1시간 더 자는 것은 전혀 다르다).
중요한 점은 밤새 깨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지 못할 때 통증이 가장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의 총량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면의 총량이라는 말이다. p189
2. 침대 또는 침실은 자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침대나 침실에서 일하지 마라. 인터넷 서핑도 하지 마라. 텔레비전도 보지 마라.
3. 자기 전 준비 단계로 반복적 일과를 만들자.
(…) 취침용 반복 일과로는 양치질, 세수, 화장실 가기 그런 다음 잠시 독서하기 등을 할 수 있다. 허브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기도를 하거나 아무튼 긴장을 풀어주는 어떤 행위든 다 좋다.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4. 잘 시간이 가까워 올 땐 카페인을 피한다.
5. 자기 전 3시간 이내에는 많은 양의 식사를 피한다.
6. 술을 수면 보조제로 쓰지 말라.
7. 운동하라.
나쁜 습관을 고치는 기발한 방법, 묘수는 바로 자기긍정이다. p201
스트레스는 의도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예전에 하던 습관대로 행동하도록 뇌를 편향시킨다.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곧 대처 습관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p204
'오래된 습관이 지속되는 이유는 선조체의 활동 때문이다. 헬스장에 가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거나 샤워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좋은 습관을 새로 들이려 할 땐 다행히 전전두피질이 선조체를 이긴다. 문제는 전전두피질이 그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만 선조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전두피질은 항상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 없다. 전전두피질은 할 일이 아주 많고 주의를 기울일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주의가 산만해졌거나 스트레스에 치여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면 다시 선조체가 나서 사태를 장악한다. 그럴 때면 아이스크림을 정신없이 퍼먹다 거의 반 통을 다 먹고 나서야 상황을 깨닫는다.
변하겠다고 결단하라. 변하겠다고 결단하는 것은 단순히 변하기를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단을 내렸을 때 성공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바꾸고 싶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두는 것도 성취 가능성을 높인다. 예컨대 “운동을 더 많이 하기로 결심했다" 보다는 것 "화요일과 목요일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가기로 결심했다"가 더 효과적이다.
선조체를 훈련해야 하는 개라고 생각하자. 테이블 위에 쿠키 접시를 놔두고는 그 쿠키를 먹었다고 개에게 화를 낼 수는 없다. 개들은 원래 그런다.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가만히 서서 내내 개만 지켜보고 있다면 쿠키는 안전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전화를 받거나 출근을 해야 하니까. 우리 뇌도 꼭 이 개와 같다. 쿠키를 먹지 않도록 선조체를 훈련하지 않는다면, 전전두피질이 다른 곳으로 감시의 눈길을 돌린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하지 않은가?
좋은 습관을 만들려다 실수를 하면 우리는 흔히 의지력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의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전두피질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제대로 작동할 만큼 충분한 세로토닌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이제 달라지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물론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선조체는 사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선조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반복일 뿐이다.
100퍼센트 항상 성공만 할 수 없고, 대부분 성공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봐야 뇌를 다시 길들이는 과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 이런 좌절감이나 자기비판은 스트레스의 원천이며 다시 옛 습관을 반복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운다. 변화의 열쇠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습관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찾아온다. 그 특별한 순간이 바로 전전두피질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목표를 상기시키고 다시 시도하라고 말해줄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당신은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실수했다고 포기한다면 선조체에 포기를 훈련하게 하는 셈이 된다. 머릿속에서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다. 그 목소리에 자꾸 귀 기울일수록 목소리는 점점 습관처럼 반복될 것이고, 저항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가 목표를 향한 실천을 고수하면 그 목소리는 점점 약해진다.
집에서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훈련할 때 그 강아지를 대하듯이 자신을 참을성 있고 친절하게 대하라. 강아지에게 자꾸 스트레스를 주는 건 방바닥에 쉬를 하도록 유도하는 일일 뿐이다. 처음에 습관이 들지 않으면 그냥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습관이 붙는다. p206
세로토닌이 좋은 습관을 만든다. p208
햇볕 쬐기
마사지 받기
운동하기
행복한 기억 되새기기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해야 할 일 p212
살아야 할 이유에 집중하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야 할 이유는 갖고 있는 사람은 살아가는 거의 모든 방식을 견뎌낼 수 있다.”
자기감정을 알아차리기
자기 인식은 마음챙김의 한 기법으로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를 도와준다. (…) 감정을 자각하면 복외측 전전두피질에서 활동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내측 전전두피질을 통해 전달되어 편도체의 반응성을 낮춘다.
요가를 하자. p220
요가는 스트레칭, 호흡, 긴장 풀기, 자세 바꾸기를 포함해 이 장에서 제안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활용하며, 실제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을 젖히고 가슴을 여는 요가 동작은 특히 긍정적인 감정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근육이 심하게 긴장되어 있는데, 그럴 경우 불안감이 심화되고 심박변이도heart-rate variability가 떨어진다. 이 용어를 들어봤든 들어보지 못 했든 어쨌든 우리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심박변이도 들어서 짐작되는 딱 그 뜻이다. 건강한 사람은 심박이 때에 따라 더 빨리 뛰기도, 천천히 뛰기도 하면서 조금씩 변한다. 신체 기능에 관한 정보는 미주신경을 타고 이동하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심장박동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미주신경의 활동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심장도 그만큼 속도를 잘 바꾸지 못한다. 그들의 심장은 마치 메트로놈처럼 일정하게 띈다. 실제로 미주 신경을 전기로 자극하는 것이 우울증의 한 치료법 (12장)일 만큼 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p224
그런데 다행히 바이오피드백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 몸에서 차분해지고 싶다는 신호(예를 들어 길고 깊게 호흡한다)나 행복하다는 신호(고개를 높이 들고 미소 짓는다)를 받으면 뇌는 차분하고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여기 그 방법이 있다.
바이오피드백 활용법
1: 미소
2: 곧고 반듯한 자세
3: 평온한 표정
4: 천천히 깊게 호흡하기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빠른 호흡을 20~30초 해보자)
5: 근육 이완
p225
원하는 것과 소유한 것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지만 우울증에 짓눌려 있을 때만큼 그 간격이 넓어 보이는 때도 없다. p239
1940년대 후반, 결핵을 앓던 알베르 카뮈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파리를 떠나 고향인 북부 알제리로 향했다. 비 내리는 잿빛 12월, 완전히 달라진 고향의 모습을 본 카뮈는 젊은 날을 되살리려 한 자신의 희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추억 속에는 청년 시절에 경험한 따뜻한 기쁨이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음을 깨닫고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깊은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여름이 내 안에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 p247
체로키족의 오래된 전설에는 두 마리 늑대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한 마리는 분노, 질투, 자기연민, 슬픔, 죄책감, 원한을 나타낸다. 다른 한 마리는 기쁨, 평화, 사랑, 희망, 친절, 진실을 대표한다. 두 늑대의 싸움은 사실 우리 내면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그러면 이 싸움에서 둘 중 어느 쪽이 이길까? 바로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다. p248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외로움이 없으면 더 외로울 것이다”라고 썼다. p257
흥미롭게도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을 때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는 걸 인정하기만 해도 그 감정이 떨쳐지는 경우가 많다. 아침 안개가 햇살을 받으면 사라지듯이 말이다. (마음챙김 수련) p288
항우울제의 작용 방식
항우울제는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세로토닌 수송체에 달라붙는다. 보통 세로토닌은 시냅스로 방출되어 이웃한 뉴런들을 활성화하는데, 이때 시냅스에 나와있는 세로토닌을 세로토닌 수송체가 재빨리 치워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세로토닌 수송체를 차단하면 세로토닌은 시냅스에 좀 더 오래 남아 있고, 그럼으로써 좀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p290
우리는 우울증이 전두- 변연계의 의사소통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임을 알고 있다. 전전두피질이 감정과 욕망의 조절을 도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안다. 배측 선조체는 오래된 습관을 돌리고, 측좌핵은 쾌락과 충동을 통제한다. 전방대상피질은 부정적인 것이나 긍정적인 것에 대한 주의를 조절하고, 섬엽은 감정이 실린 감각을 담당한다. 편도체는 불안을 매개한다. 시상하부는 다양한 호르몬을 조절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통제한다.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p299
우리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각자 무엇에 기여하는지도 이해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충동 조절과 의지력, 회복탄력성의 조력자다. 도파민은 쾌락과 습관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의 초점과 집중을 조절한다. 옥시토신은 친밀한 인간관계에 꼭 필요하다. 다른 신경전달물질들, 이를테면 가바(불안)와 엔도르핀(고양과 통증 완화), 엔도카나비노이드(식욕과 평화로운 마음)도 중요하다. 그 밖에 BDNF 같은 화학물질은 새로운 뉴런이 성장하도록 돕고, 면역계의 단백질들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 전체의 화학적 환경은 세계경제만큼이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p300
이제 우리는 중요한 모든 회로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운동을 해서 도파민과 배측 선조체를 변화시킬 수 있고, 마사지로 세로토닌을 촉진할 수 있다.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세우면 내측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포옹으로 편도체의 활동을 줄일 수 있고, 감사로 전방대상피질의 활동을 늘릴 수 있다. 수면을 취해 전전두 영역의 노르에피네프린을 증진할 수 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이런 혜택들은 모두 연결되어 더욱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렇게 사랑과 응원을 가져올 피드백 회로를 이룬다. p301
📝
책 내용과 별개로 삶의 태도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난 언제나 이성보다는 감정, 객관적인 것보단 주관적인 걸 더 선호했던 것 같다. 음 사실 선호를 넘어서 더 옳은 거라 여긴 것 같기도.. 그런데 최근 들어서 생각이 점점 달라진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 객관적 태도가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싶다.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고 여길 때보다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 기능 이상'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미지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이 잡히는 것 같다. 걱정되거나 무서운 일이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말고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생각해야지. 실제로 그래야 생각하는 뇌인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사실 내가 우울해서 읽은 건 아니고 그냥 학교 도서관 신간코너 둘러보다 눈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동안 우리반 아이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조금이나마 그 애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좋은 책이었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진리는 가르쳐질 수 없다는 것" (0) | 2022.07.29 |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채사장 (0) | 2022.07.20 |
<작별인사> 김영하 (스포일러 있음) (0) | 2022.07.07 |
<어른의 문답법> 피터 버고지언, 제임스 린지 (0) | 2022.07.01 |
<50 홍정욱 에세이> 홍정욱 (0) | 202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