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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니체에 의하면 르상티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용기와 행동으로 사태를 호전시키려 들지 않기 때문에 르상티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된 가치 기준을 뒤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주장해서 르상티망을 해소하려고 한다. 니체는 대표적인 예로 기독교를 들었다. 니체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에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대인은 줄곧 빈곤에 허덕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로마인, 즉 지배자를 선망하면서도 증오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도, 로마인보다 우위에 서기도 어려웠던 그들은 복수를 위해 신을 만들어 내 '로마인은 풍요로운데 우리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천국에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쪽이다. 부자와 권력자들은 신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천국에는 갈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p53
📎르상티망의 예로 기독교를 들었다는 게 재미있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핍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가 되었다. 니체의 말대로 기독교의 부흥은 르상티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 같은 공허한 주장을 하는 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 고급 프렌치레스토랑은 격조 높은 음식점이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세련된 취미와 미각을 갖고 있다는 일반적인 가치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는 가치판단을 뒤엎고 싶다는 르상티망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p54
📎무언가(예를 들면 돈)을 비난하고 경멸하는 것은 오히려 그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나도 저런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같은 공허한 말을 한 적이 있어서 더욱 공감이 됐다. 아마 속으로는 가지고 싶고, 가고 싶고, 먹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 되니 여우의 신포도 전략을 쓴 거겠지.. 그런데 그냥 앞으론 좀 깔끔하게 인정하면서 살고 싶다.
-최근 실시된 연구에서 쾌락에 관여하는 물질은 도파민보다 오피오이드opioid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생물 심리학자 켄트 베리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욕구계 도파민과 쾌락계 오피오이드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사람을 제어하는 엔진과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욕구계인 도파민이 특정 행동을 촉진시키는 반면 쾌락계인 오피오이드는 만족을 느끼게 함으로써 추구 행동을 정지시킨다. p93
📎도파민이 쾌락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줄 알았는데 단지 특정 행동을 계속 하게끔 만드는 호르몬이라니..
-우리는 외부의 현실과 자신을 각각 별개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를 부정했다. 외부의 현실은 우리가 어떤 시도를 하느냐에 따라, 혹은 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러한 현실'이 된 것이므로 외부의 현실은 곧 '나의 일부'이고 나는 '외부 현실의 일부'다. 즉 외부의 현실과 나는 결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현실을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 즉 앙가주망이 중요하다. p96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우리는 신념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과관계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인지 부조화 이론은 시사한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이 일어나고, 나중에 그 행동에 합치되도록 의사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나중에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라는 것이 페스팅어가 내놓은 답이다. p112
-그런데 이 몰랐던 것을 어느새 문득 알게 된다. 물론 한번 지나간 일은 다시 체험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왠지 모르지만 오늘은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러한 체험을 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때 '나'라는 단어로 규정되는 개인은, '알게 된' 후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오늘의 자신이 어제의 자신에게 똑같은 물음을 던질지라도 그것은 '바보의 벽'에 부딪혀 전달되지 않는다. p163
📎정말 정말 공감되었던 ‘바보의 벽’.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나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가 어느 순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상대가 배신하면 배신하고, 상대가 협조하는 한 계속 협조한다. (...) 우선 협조하고 상대에게 배신당하지 않는 한 계속 협조하는 프로그램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강의 전략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p178
-개미 A가 처음 페로몬을 뿜으며 지나간 경로가 반드시 최단 거리인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멍청한 개미가 적당히 길을 잘못 들거나 다른 데 들렀다 가는 에러를 일으킴으로써 생각지 못한 결과로 최단 경로가 발견되었다. 이에 다른 개미도 그 최단 경로를 사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비효율'이 '중장기적인 고효율'로 이어진 것이다. p220
📎에러, 모자람이 항상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 한곳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파라노이아형을 예찬하고, 계속해서 싫증을 내고 변화를 거듭해 가는 스키조프레니아형을 비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직업관은 전형적인 스키조프레니아형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파라노이아 예찬, 스키조프레니아 비하'라는 직업관이 사회의 혁신을 정체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 세상의 평판에 신경쓰느라 침몰해 가는 배 위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그야말로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 p243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함도 좋지만 그것만이 가치있고 우월하다는 풍조가 너무 강한 것 같다. 균형이 필요하다.
-불평등이 사회 공통의 법일 때는 최대의 불평등도 사람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거의 평준화될 때 인간은 최소의 불평등에 상처받는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알렉시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p248
-우리가 어떤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아무 목적 없이 행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기호가 생겨난다. 이 거북한 진실에서 놓여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그러한 '기호의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보드리야르는 강조했다. p257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사회 심리학에서는 '공정한 세상 가설'이라고 부른다.
(...) 주의해야 할 것은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이 무의식중에 방출하는 '노력 원리주의'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1만 시간의 법칙'이다.
(...) 연습이 기량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기술이나 능력 분야에 따라 다르며 기능 습득에 필요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 다시 말해 섣불리 이 사고에 사로잡혔다간 승산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요, 의무다. 남 모르는 노력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사고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라. p263
📎’공정한 세상 가설’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 조차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데 자꾸 열심히만 살라고, 그럼 다 해결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불공정함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런 다음 이 불공정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계획을 짜라고 말해주는 게 좋겠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을지라도, 그리고 어느 것이 스피노자가 한 말이고 어느 것이 데카르트의 말인지 헷갈릴지라도 아주 친숙한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철학자의 말과 신념을 알게 모르게 접하며 살고 있다.
누군가는 양처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며 위안을 얻을지도 모르고, 소원을 묻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를 생각하며 자유와 평안을 느낄 수도 있다. p332
철학이니 결코 쉽지 않지만 다른 철학책처럼 기죽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짧은 글이 여러 개 묶여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시대 순도 아니고 중요도 순도 아니다. 그냥 하나의 장에 한 명의 철학자와 그 사상을 짧게 소개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는지 담겨있다. 다 읽고 나도 여전히 철학자들 이름이 헷갈리고 실존주의니 구조주의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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