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호기심 못지않게 놀라운 재능 하나가 또 있습니다. 바로 '강한 호기심을 잠시 느꼈으나 이내 그것을 억누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는 놀라운 억제력' 말입니다. p8
인간은 과학적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복잡한 존재이지만, 과학 아닌 것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p13
사실은 'GO/NO GO 순간'에서 'GO' 버튼을 누르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안 하느냐. 99퍼센트, 95퍼센트 혹은 최소한 90퍼센트 이상의 확신이 드는 상황이 되어야 고백을 하고, 지원을 하고, 선택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살다 보면 90퍼센트 이상으로 여러 조건이 맞고 확신이 드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 미국 해병대에는 '70퍼센트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70퍼센트 정도 확신이 들면 95퍼센트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라는 겁니다. p39
그리고 내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혹은 새로운 정보가 추가로 들어오거나 상황이 바뀌게 되면 의사결정을 조정한다는 겁니다. 때로는 바꾸고, 심지어 번복합니다. 이게 성공한 사람들의 의사결정법이라는 거예요. p49
'데이터 스모그' 너무 많은 데이터는 마치 스모그처럼 우리에게 공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정을 방해한다는 현상이지요. p76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 누가 반대를 하겠어요? 이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나 옳은 명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결정 자체를 못하게 해서 변화를 막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지요. (...) 우리가 신중함이라는 모호한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p91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오스카 와일드
우리가 평소 일상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입니다. 제1종 오류는 아닌 것을 맞다고 판정하는 오류, 없는데 있다고 판정하는 실수 (...) 반면 제2종 오류는 맞는 걸 아니라고 판정하는 오류, 있는데 없다고 판정하는 실수, 채택해야 할 가설을 기각하는 오류를 말합니다. p171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p179
우리는 돼지꿈을 꾸었으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수많은 날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p181
예전에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대뇌 안쪽 측두엽 근처 해마라는 영역을 많이 사용했을 겁니다. 이 영역이 발달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 취급을 받았겠지요. 그런데 현대사회에 와서는 전두엽, 즉 정보를 빠르게 스캐닝하고 필요한 정보가 뭔지 찾아서 결합하고 신속하게 맥락을 이해하는 영역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p236
"의심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볼테르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 p270
'우리나라에 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광풍이 불었을까?' 소득의 불균형, 기회의 불평등, 자본의 양극화, 학벌의 대물림이 심각한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빠져나갈 출구를 암호화페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패자부활전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사회에서 한 방의 역전 기회를 비트코인에서 발견했던 것이지요. p287
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 수많은 기록을 그냥 한 묶음으로 만들어 체인 형식으로 연결해 개인들이 서버에 나누어 저장해 보관하는 기술. 퍼블릭 영역에서 블록체인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려면, 일정한 주기마다 블록을 찾아내어 보상을 받아가도록 해주어야 함. 이 보상은 화폐를 따로 조폐하는 중앙은행이 없는 상태에서 신뢰할 만하게 만들어져야 하므로, 암호학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등장. 비트코인이 그런 예 중 하나. p308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 확률이 좀 더 높았고, 실패 확률이 33퍼센트 정도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했느냐 아니냐보다, 창업자가 위험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가의 성향과 좀 더 관계가 깊다는 게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결과였습니다. 섣불리 창업하지 않고 위험을 잘 관리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결국 창업에도 성공한다는 겁니다. p319
빌게이츠 그는 학교를 중퇴하지 않고 장기휴학을 했으며, 학교와 부모에게 미리 허락을 받았습니다. 휴학도 회사를 창업하고 1년 뒤에 했고요. 자기가 회사를 창업하고 게속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게다가 학교도 나중에 복귀할 수 있는 휴학 상태에서 본격적인 창업을 시작한 겁니다. 게이츠는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처럼 위험 감수자로 인용되기보다는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p323
창의적인 발상은 특정 영역의 국소적인 기능이 아니라, 평소에 잘 연결되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영역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연결될 때 이루어지는 전뇌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p339
실리본밸리에서는 '대박을 터트리기까지 평균 4회 가까이 실패한다'는 통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여러 번 실패해야 결국 성공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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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문명 세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받는 반면 몸을 쓰고 반응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하고 결정하면, 다시 몸이 세상에 적용하는 일상적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만년필을 사고, 손편지를 쓰고, 수제맥주를 만들어마시고, 목공을 배운다.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고 심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든다고 거품기를 1000번 젓는다. 앞서 말한 것들 모두 아날로그로 회귀하려는 경향이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사람들이(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그 때는 단순히 옛것이 더 정성스럽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사실 더 정성스럽다는 건 더 수고스럽다는 것과 비슷하고 그만큼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움직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존재다. 눈으로 귀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로 생각하고 다시 팔과 다리로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고역이다. 정신은 고귀하지만 신체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날로그로의 회귀는 정성스런 마음과 움직임 욕구의 결합체인 것 같다. Body Brain Balance 바브벨 정말 좋은 말 하나 배웠다.
2.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아직 오지 않은/이제 막 시작하는 4차 산업혁명에 큰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이 됐다. 인공지능, IOT, 3D 프린팅, 자율주행... 사실상 내가 경험해본 건 없는데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니다. 몇 년 전 맥도날드에서 처음으로 봤던 무인포스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긴 하다. 진짜로 알바생들은 다 잘리고 로봇이 일하는 세상이 되는 걸까? 최근 몇 년 <20XX이면 사라지는 직업 TOP30> 이런 기사들이 줄창 나왔었다. 기사를 읽을 때마다 아니 의사가 사라진다고? 아니 약사가 사라진다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도 직장을 잃는데 나같은 멍청이가 무사할까? 서비스직은 어떡하지? 콜센터는 진짜 빠르게 없어지겠지. 지금도 고객센터 상담사와 연결되기 너무 어려운데. 암튼 계속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시대의 흐름이고, 순리이고, 법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특히 아홉 번째 발자국 편을 읽으면서 아차했다.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고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번역하고 짜집기를 하는 기자의 자리에는 로봇이 설 것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젠다를 설정하고 취재하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는 기자의 자리에는 사람이 설 것이다. (그리고 정재승 교수님 말처럼 약사가 하는 일의 분야가 더 넓어지거나 달라질 수도 있고)
3. 빌게이츠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위험 감수'를 얼마나 칭송하고 있는지 새삼 느꼈다. '누구누구는 학교를 중퇴하고 회사를 차렸다' 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고 들었는가. 뉴스에서든 책에서든 빌게이츠 외에도 학교를 그만 둔 사람들은 왜들 그리 대단한지 꼭 대단한 사람이 되려면 학교를 때려쳐라처럼 들릴 지경이다. 근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니. 사실은 장기휴학이었고, 학교와 부모에게 허락도 맡았고, 게다가 나중에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휴학 상태로 창업을 한 것이었다니. 사실 이게 더 멋있는 건데 말이다. Risk-taker 에 대한 로망은 하루 빨리 버리자.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위험 감수가 아닌 위험 관리를 칭송해야 한다. 이게 현실인 것 같다.
4. 이 의심은 나의 못된 마음이나 생각일 수도, 인 것 같다. 다음 문장은 진짜인가? "실리본밸리에서는 '대박을 터트리기까지 평균 4회 가까이 실패한다'는 통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요즘 내가 사는 나라가 각박한 건지 내 주변만 그런 건지 아님 나만 그런 건지 나는 이따금 성악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라는 말이 참 생소하게 들린다. 실리콘밸리에는 정말 저런 문화가 있는 건가? 물론 착하고 안 착하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화일 지도 모르겠다.
5. '썸 탄다'는 공식적으로 사귀지는 않으나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교류하는 관계를 뜻한다. 2011년 즈음 신조어처럼 나타나서 이제는 너무 익숙하게 사용되는 말이다. 보통 사귀기 직전의 관계인데 내 주변에는 '나는 사귀는 것보다 썸탈 때가 더 좋아'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노래 가사처럼 내 꺼인듯 내 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느낌이 좋은 걸수도 있겠다. 불확실함이 주는 묘한 떨림이 있으니.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박력있게 고백하는 사람이 줄어서가 아닐까요? 라는 말을 들으니 이게 더 맞는 것 같다. N포 세대가 포기한 건 정규직뿐만 아니다. 그들이 포기한 것 중에는 연애와 사랑도 있다. 그게 아니면 내가 정말 저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90% 퍼센트의 확신이 들 때까지 신중을 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연애 상대 고르는 일이야 아무리 신중해도 괜찮지 않나. 그런데 그냥 다른 일들은 앞으로 70% 확신만 있으면 행동으로 옮겨보는 게 어떨까? 나한테 하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잘 저지르고 모험하는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뭐든 재미있어 보이고 배워보고 싶다. 일례로 우리집엔 배드민턴화, 러닝화, 테니스화, 등산화, 골프화, 클라이밍화 없는 운동 신발이 없다. 물론 하나를 꾸준히 하는 게 아니라서 엄마는 잔소리를 하시지만 나는 취미생활까지 꾸준히 해야 되냐고 반격한다. 앞으로도 아니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엄마한테 혼나겠지.. 그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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